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이라고 하면, 사실 정확한 날짜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.
그냥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라, 이미 오래전부터 몸은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.
어릴 때 저는 섬에서 살았거든요. 지금처럼 운동이다, 건강이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.
그때는 그냥 살아가는 게 일이었고, 몸을 쓰는 건 당연한 거였습니다.
산에 올라가서 땔감을 해오고, 다시 내려오고… 그게 매일 반복이었죠.
지금 생각해 보면, 그게 이미 달리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.
그때는 그냥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
산길은 평평하지 않았습니다. 오르막도 있고, 미끄러운 길도 많았고요.
어릴 때는 그런 걸 따질 여유도 없었습니다. 그냥 올라가야 했고, 내려와야 했습니다.

땔감을 지고 내려올 때는 솔직히 좀 힘들었습니다.
숨도 차고, 다리도 후들거리고… 그때는 왜 이렇게 힘든지 이유를 몰랐습니다.
그냥 ‘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’ 그 정도였습니다.
지금처럼 기록을 재는 것도 아니고, 몇 km를 뛰었다 이런 것도 없었죠.
“그땐 힘들다는 생각보다, 그냥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.”
근데 이상하게도, 매일 하다 보니까 몸이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.
처음에는 숨이 턱까지 찼는데, 어느 순간부터는 덜 힘들더라고요.
나중에 알게 된 몸의 기억
시간이 지나고 나서, 나이가 좀 들고 나서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을 때였습니다.
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“어? 나는 처음인데도 왜 이렇게 낯설지 않지?”
처음 뛰는 느낌이 아니라,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있었습니다.
그때서야 알았습니다. 어릴 때 했던 그 산길 오르내리기가 몸에 남아 있었던 거였습니다.

그때는 운동이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,
지금 보니까 그게 다 기초가 되어 있었던 거죠.
| 그때 | 지금 |
|---|---|
| 땔감 하러 산 오르내림 | 운동으로 달리기 |
| 힘든 이유 몰랐음 | 몸 쓰는 원리 조금 이해 |
| 그냥 해야 하는 일 | 스스로 선택한 습관 |
이렇게 놓고 보니까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.
어릴 때는 도망치고 싶던 일이, 나중에는 일부러 하게 된 거니까요.
계속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
처음에는 그냥 몸이 익숙해서 시작했습니다.
근데 계속하게 된 건, 그때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.
숨이 차다가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고,
다리가 무겁다가도 어느 순간 가벼워지는 그 느낌.
어릴 때 산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습니다.
그때는 몰랐는데,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.
몸이 기억하는 게 있다는 걸요.
그리고 그 기억이 사람을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도요.
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, 그냥 내가 다시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거였습니다.
지금 생각하면 그게 시작이었습니다
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을 하나로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.
하지만 분명한 건, 그 시작은 어릴 때 이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.
산을 오르내리던 그 시간들, 땔감을 지고 내려오던 그 길들.
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.
그때는 그냥 힘들기만 했는데,
지금은 그 기억이 있어서 오히려 편해진 것도 있습니다.
돌아보면 참 이상합니다.
도망치고 싶던 순간들이, 나중에는 다시 찾게 되는 시간이 된다는 게요.
아마 저한테 달리기는,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.